2009년 2월 19일 목요일

여행, 그림, 글

 

출처 : 다나와

[인터뷰] 여행과 오기사, 그리고...

등록일 2009.02.19 15:59:12 | 조회수 677

여행하면서 그림을 그리는 일은 누구나 한번쯤 꿈꿔 봤을 것이다. 꿈꾸지만 쉽게 하지 못하는 오랜 기간의 여행과 그림, 거기에 건축까지 즐기는 행복한 남자가 있다. 오기사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오영욱(33세)씨다.
전공 이름이 멋있어 연세대 건축학과를 입학하고, 군생활과 전공을 위해 3년간 대기업 건축사에서 일한 오영욱은 건축과는 떼어놓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건축 일을 멈추고 여행을 떠났다. 건축은 나중에 해도 될 일이었다.
현재 그는 네가지의 타이틀을 가지고 있다.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 ‘오기사 여행을 스케치하다’ ‘오기사 바로셀로나로 떠나다’ 라는 3권의 책을 낸 여행작가, 오기사라는 캐릭터를 가진 삽화가, ‘오기사 디자인’이라는 작업실이 있는 건축가. 뿐만 아니라 ‘행복한 오기사’의 인기 블로그를 운영하는 블로거다. 하고자 하는 일에 매진했을 뿐이라는 ‘행복한 오기사’ 오영욱을 만나 여행에 대한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여행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긴 여행은 나의 오랜 꿈이었다. 건축회사를 다니기 전부터 ‘3년 후 여행을 가야겠다’고 마음 먹었다. 회사를 그만 두는 시점에서 고민도 했지만, 지금 아니면 할 수 없다는 생각에 바로 배낭을 멨다. 언젠가 한번 사주를 봤는데 ‘역마살’이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여행가가 되었는지 모르겠다.(웃음)

▲  여행을 다니며 스케치하는 오영욱은 삐뚤 한 선으로 깔끔한 그림을 그려낸다.

하지만 여행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 떠나는 장소에 보는 풍경, 그것을 스케치하고 그 속에서 만나는 사람들이 좋을 뿐이다. 바삐 여행을 다니면서 의미를 부여할 만큼 부지런하지 않다. 나는 ‘뒹굴뒹굴’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만큼 게으르다. 단지 즉흥적일 뿐이다. 얼마 전 설 연휴에 다녀온 베트남 여행도 즉흥적이었다. 따뜻한 공기가 마시고 싶어 인터넷에서 항공기표를 찾아봤고, 베트남 행 표가 한자리 남아 여행을 떠났다.

오기사의 단짝 여행 동반자는?

▲ 여행을 떠날 때챙기는 도화지와 펜, USB메모리, 카메라, MSIG-SU2+SEASON2 외장하드. 아이리버 클릭스(4GB)MP3플레이어는 최근 측근에게 선물 받은 것이다.

가방은 최대한 가볍게 하고 다닌다. 스케치를 위한 스케치용 도화지와 얇은 펜, 카메라, USB메모리 등 몇 가지의 물건만 챙긴다. 현지의 모습을 그때그때 스케치하고 사진과 스케치를 조합하기 위한 필요 물품들뿐 이다. 오랜 기간 체류할 경우 노트북과 외장하드를 챙기지만 보통은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현지에서도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64MB의 USB메모리는 파일을 담기 위한 용도보다 공인인증서 용으로 사용한다. 통통한 디자인에 메모리 사양도 지금 출시되는 것에 비해 턱없이 낮지만 손 때가 묻어 애장하고 있다. (사진: ‘SELFDISK ELEGANCE POR’ USB메모리 64MB)

카메라는 현재 2개를 가지고 있다. 파나소닉 카메라는 케이스가 예뻐 구입했는데 사용하기 불편하다. 그래서 2주 전 베트남 여행을 위해 콤팩트 형식의 캐논 카메라를 구입했다.

▲ 갈색 디자인의 케이스가 마음에 들어 구입한

‘파나소닉 DMC-FX30GD’카메라와 최근에 구입한 ‘캐논 LXUS 980IS’카메라

여행저서에 보면 독특한 사진과 삽화가 눈길을 끄는데
여러 사진의 컷을 하나로 모아 보는 일은 건축가에게 익숙한 작업이다. 건축일을 하면서 자주 사용한 이 기법을 여행사진에 이용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그러한 작업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따로 나왔다. 하지만 나는 포토샵으로 여러 컷의 사진을 모아 붙일는 수 있는 현재의 작업이 더 좋다.

스케치와 캐릭터를 사용한 것도 건축 일을 하면서 구체화 됐다. 여행하면서 그려내는 스케치는 언제부턴가 나만의 스타일을 갖게 했다.
안전모를 쓴 캐릭터는 예전에 건축사로 일하면서 틈틈이 그리기 시작한 것이다. 빨간색의 안전모는 책을 출간하면서 출판 편집자들의 의견에 따라 디자인됐다. 내가 봐도 예쁘더라. 나의 스케치와 캐릭터 조합을 잘해 준 편집자 분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누구나 여행을 꿈꾸지만 쉽게 하지 못하는 것이 여행이다
그런가? 나는 솔직히 여행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았다. 이전부터 하고 싶었던 것이었고 지금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물론 여행을 하면서 작가가 될 것이라는 것도 건축 일이 언제 시작하게 될 것이라는 것도 예상하지 못했다.

어떤 것을 꿈꿀 때 해야겠다고 마음 먹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룬 지금의 모든 것들도 하고 싶은 것을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그것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루고 싶은 것이 있다면
갖고 싶었던 커피머신기와 작업공간, 아담한 2인승 자동차 ‘스마트’까지 작년 한해 이루고 싶은 것들을 2008년 한해 다 이뤘다. 소비 욕구를 다 채웠다. 여행과 책 출간, 사무실 운영까지 바쁜 한 해를 보내서인지 당장은 지금 하는 일들을 계속해서 해나가는 것 이외에는 이루고 싶은 것이 없다. 순간 여행을 즐기고, 잘 되든 잘 되지 않든 사무실을 오래도록 즐겁게 꾸려가는 것이다.

글/ 다나와 정소라 기자 ssora7@danawa.com

편집/ 다나와 신성철 multic00@dana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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